조혈모세포 기증 후기

1. 조혈모세포란?

혈액을 만드는 어머니 세포라는 뜻으로, 정상인의 혈액에 약 1% 정도에 해당하며,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모든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세포를 말합니다.

 

조혈모세포는 골반, 척추, 대퇴골, 흉골, 갈비뼈 등 뼈 내부에 존재하는 골수에서 대량생산되며, 산모의 태반 및 탯줄의 혈액에도 조혈모세포가 존재합니다.

 

기증자의 조혈모세포는 기증 후 2~3주 이내에는 기증 전 상태로 원상회복이 가능하며 기증자의 혈액세포 생산능력에는 지장을 받지 않습니다.

 

출처: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2. 조혈모세포 기증의 필요성

백혈병, 재생불량성빈혈, 혈액암과 같은 난치성 혈액 종양은 조혈모세포 기능에 장애가 생겨 정상적인 혈액을 만들어내지 못해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항암제, 방사선 등으로 이러한 병든 조혈모세포를 모두 소멸시킨 이후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으면 완치될 수 있습니다.

 

출처: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3. 조혈모세포 기증희망자 등록 신청 계기

헌혈의 집에서 헌혈 중 간호사님으로부터 등록 신청 권유를 받아 신청하였습니다. (사실 나랑 맞는 사람이 나오겠어… 라고 생각하면서 등록)

 

4. 인간 백혈구 항원(Human Leukocyte Antigen, 이하 HLA) 부분 일치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로부터 온 전화인데 HLA가 부분 일치한다고 합니다.

 

얘기를 들었을 때 (부분) 일치한다고 하여 신기하였습니다만, 조혈모세포 기증 후기를 본 적이 있어서 99% 이상 일치해야 기증이 가능하다고 사전에 알고 있었습니다.

 

통화를 마치고 가족들에게 얘기 후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코디네이터(환자와 기증자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 조율 역활을 해주시는 분, 이하 코디네이터)님 기증 의사를 전달하였습니다.

 

5. HLA 확인검사 진행

환자 쪽에서 HLA 확인검사 요청을 주어서 확인검사 진행하자고 코디네이터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HLA 확인검사 전 코디네이터님께서 “최대 1시간 이상 소요되며 검사 전 2시간부터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 및 흡연 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검사 전일 충분한 휴식 및 수면 취해주세요.”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용산에 있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방문 후 사무실에서 "조혈모세포 기증 안내" 파일을 같이 보며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주십니다.

 

설명 중 기증할 때 혈관이 좋지 않아 팔로 기증이 불가능할 경우 중심정맥관을 삽입하여 기증하는 것에 대해 나와 있는데, 이것도 가족들에게 얘기하라고 합니다.

 

설명이 끝나면 기증 의사에 대해서 다시 한번 물어보고 채혈(모든 코디네이터님께서 채혈이 가능하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만난 코디네이터님들은 모두 가능하셨던 것 같습니다.)을 진행합니다.

 

채혈은 조그만 주사기 (나무위키 설명으로는 3~5mL)만큼 진행합니다.

 

"조혈모세포 기증 안내" 파일을 받고 귀가하였습니다.

 

 

 

 

 

 

 

 

6. HLA 확인검사 결과

HLA 확인검사 진행 후 17일 뒤에 HLA 100% 일치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확률이 2만 분의 1이라는데 이럴 수가…)

 

7. 일정 확정

다음날 코디네이터님으로부터 가족 및 회사에 다시 얘기해보라고 하셔서 얘기하였습니다.

 

회사에 얘기하는 이유는 기증할 때 평일에 입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증할 때 1차 기증 후 조혈모세포가 부족하면 다음 날 2차 기증을 진행합니다.)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32조제3항(장기등기증자 등에 대한 지원 등)이 존재하지만, 이 법은 필수가 아닌 권고 사항이라 회사에서 유급 휴가 처리를 해줄 수 없다고 한다면 자신의 개인 연차를 사용하여야 합니다.

법이 바뀌었는지 조혈모세포 기증은 해당 사항 없음

 

다행히 회사에서는 유급 휴가로 진행을 해주었고, 가족들도 기증을 허락해 주었습니다. (부모님께서 걱정하셔서… 사람 살릴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르고, 기증 안 하고 후회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모가 간호사인 것도 기증 허락에 대한 어필이 되었네요)

 

그 후 코디네이터님과 건강검진, 그라신 주사일, 기증 날짜를 정하였습니다.

건강검진, 그라신 주사일, 기증 병원은 동일한 병원에서 진행되고 환자 일정, 병원 일정, 기증자 일정을 조율해야 하므로 쉽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 집 근처에 유명한 병원이 있었으나 입원 자리가 없어서 그다음으로 가까운 병원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이 병원은 입원이 안 되고 외래(통원)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솔직히 나도 다른 리뷰에서 본 것처럼 1인실에 냉장고에 맛있는 것도 있는 곳에서 기증받고 싶었는데… 환자의 금전적인 부담도 클 테니 잘됐다고 자기 합리화 :))

 

8. 건강검진 진행

다음날 코디네이터님과 동행하에 지정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진행하였습니다.

기증이 헌혈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기에 피검사를 자세히 진행한다고 합니다.

 

피검사를 할 때 병원 채혈실에서 조그만 주사기 8개 정도 만큼 채혈합니다. (채혈 중 고개 돌리고 있는데 안 끝나니까 점점 불안해짐 ㅋㅋㅋㅋ)

 

채혈이 끝나고 키, 몸무게, 비만도(…)를 측정하였습니다. 측정 후에 병원 조혈모세포실 담당 간호사님이 오셔서 팔로 기증이 가능한지 확인해 주십니다.

 

다행히 팔로 가능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기증할 때 혈관은 굵고 일자로 되어있어야 좋다고 하셨습니다. 저의 경우 오른쪽 팔 혈관은 왼팔보다는 굵지만, 평균 굵기였고, 3cm 일자이다가 갑자기 꺾입니다. 왼팔 혈관은 일자인데 얇았습니다)

 

건강검진이 끝나면 병원 조혈모세포실 담당 간호사님과 일정 얘기를 하고 귀가합니다.

 

9. 그라신 주사

회사 퇴근 후 오후 7시까지 병원으로 이동하여 나흘 동안(저의 경우 주말 포함) 그라신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그라신 주사 용량은 기증자의 몸무게에 따라 다른 거로 알고 있는데, 저의 경우 2대를 맞았습니다.

 

못 참을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맞았던 주사 중에 제일 아픕니다. 주사 놔주시는 간호사님 말로는 들어가는 양이 많아서 아프다고 하셨습니다.

 

하루에 2대씩 4일 총 8대 맞습니다. (저의 경우 한쪽 팔에 한 대씩 맞았는데 배에 맞는 게 덜 아프다고 피하지방에 많아서… 배에 맞는 걸 얘기하시는데 너무 무서워서 팔에 맞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뱃살이 많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주사 후 첫날은 별로 느낌이 없다가 둘째 날부터 허리와 머리가 쑤시기 시작합니다. 셋째 날부터는 엉덩이도 쑤시고요. 못 참을 정도로 아픈 건 아니었고, 제 기준에서는 컴퓨터 오래 해서 허리 아픈 정도였습니다.

 

10. 기증 당일

아침 8시 30분까지 병원에 도착하여 코디네이터님과 채혈실로 이동 후 채혈하였습니다.

 

채혈 후 조혈모세포실에서 1차 기증을 진행하였습니다.

 

기증은 평균 3~4시간 진행되는데, 꼭 화장실 다녀와야 합니다. 기증 중에는 이동할 수도 없고, 양팔도 쓸 수가 없거든요.

 

기증이 시작되고 몇 분 있다가 기계에서 소리가 납니다. 헌혈해 보신 분들이라면 아실 텐데 혈관이 좋지 않아 팔을 움직이라는 소립니다. 간호사님께서 소리 듣고 오시더니 스펀지 공 쥐여주고 가십니다.

 

결국 기증 4시간 동안 진행하였는데 심심하고, 스펀지 공이 은근히 딱딱해서 누르는 데 힘도 들고, 화장실을 갔다 왔는데도 또 가고 싶어서 마지막에는 힘들었습니다. (스펀지 공을 4시간 동안 주무르니 배로 힘듭니다. :()

 

기증 끝나고 바로 화장실 다녀오고 코디네이터님과 가족과 함께 병원 지하 1층에서 식사(장어탕!)하였습니다.

 

식사가 나오기 전에 코디네이터님께 설명 듣고, 설문지에 아픈 강도에 대하여 체크하였습니다.

 

11. 원상회복 확인

기증 후 2주 뒤에 기증전으로 원상회복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증 병원에서 채혈을 진행하였습니다.

 

3일 뒤에 원상회복되었다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12. 감사패 및 선물

원상회복 결과 3일 뒤에 감사패 및 선물이 도착하였습니다.

 

 

 

 

13. 소감

기증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나의 기증으로 인하여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희망이 있다면 몇 번이든 더 할 수 있습니다.

 

기증을 허락해준 부모님, 아내, 회사 정말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낳아주신 부모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